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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대 경영학부 손정훈 교수님의 글

경영학부 손정훈교수님의 글.


자네의 글을 읽고 며칠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네. 내가 오랫동안

교수로서 해왔던 고민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내가 하는 고민을 학생들에게 고백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다행스러운 면도 있는 것 같고.



돌이켜 보면, 벌써 "교수"를 직업으로 가진지가 벌써 15년이 다

되어가고 있군. 시립대에 온 지가 벌써 7년째이고, 시립대에 오기

전에 미국에서 교수를 한 것도 8년이고. 거기에 미국에서 강사를

한 2년을 더하면 거의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네. 미국에서는 주로 MBA나

학부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전략이나 국제경영학 과목을

가르쳤지. 대개 내 수업은 학생들이 졸업하는 학기에 경영학을

총정리하는 기회로 듣는 과목이었고.



처음에 한국에서 학생을 가르친 것이 95년이니까, 지금 03학번이

국민학생이었을 때인가? 미국Georgia State University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중앙대학교에 교환교수로 나왔을 때지. 물론 그 때는

일년동안 경영학원론 한 과목하고 대학원 한 과목만 하는 아주

부담없는 경험이었지만 말이야. 그 때 내가 했던 과목이 95학번

신입생을 대상으로 경영학원론 원강이라는 것이었는데,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었어. 벌써 8년전에 중앙대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었다는 말이지.

잘 알겠지만 이미 많은 대학에서, 특히 경영학과에서는 전체 과목의

2-30%가 영강으로 진행되고 있다잖아?



그리고 나서 다시 미국에 돌아갔다가 시립대로 부임한 것이 97년이네.

97년에 처음 본격적으로 한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 나는 당연히 미국에서 가르치던 방식과 수업양을 그대로

사용했지. 그런데 미국에서 쓰던 수업계획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너무나 다른 현실에 직면하게 된 거야. 학생들이 도저히 따라오질

못하는 거지. 결국 미국에서 하던 양의 반이 아니라, 반의 반도 못하게

되더라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네. 아 이 친구들이 과연 어쩌자고

이러고 있을까.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하고 있고, 글로벌 시대가

(그 때 당시로 보면) 이미 코 앞에 닥쳐와 있는데 이렇게 준비해서

될까라는 걱정이 정말 많이 들더군.



그때부터 7년이 흐른 지금에야 겨우 미국에서 내가 하던 양을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올릴 수 있었다네. 자네가 들은 그 수업 말이야.

얼마나 숙제가 많고, 준비할 게 많아 부담이 된다는 수업이라고들

불만이 많은가. 미국의 일반적인 대학생은 한 학기에 4-5과목을 듣는데,

거의 모든 수업이 내 수업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네.

그런 수업을 4년 동안 들은 미국의 대학졸업생과 한국, 특히 우리

시립대의 학생들의 경쟁력을 비교해 본다면 아주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는가? 왜 미국의 대학이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97년만해도 미국의 대학생은 미국에서, 한국의 대학생은

한국에서 경쟁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겠지만, IT의 발달은 이미

그런 생각을 과거의 유물같이 만들어 버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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